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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랭크의 마지막 대사 ‘I’m Iowa’의 의미
    문화 이야기 2023. 11. 28. 21:24

    무빙 보고 적는 짧은 감상.(스포일러 주의)

    한창 화제인 건 알았지만 또 다른 OTT 결제의 벽에 가로막혀 미뤄뒀던 드라마 ‘무빙’을 이제야 보는 중이다.(볼 건 많고 OTT도 많고 내 텅장은 쓸쓸해ㅜㅜ)
    결론은 매우매우 재밌다! 결제가 아깝지 않다. (KT 장기 가입자라면 11월 말까지 디즈니+ 1개월 무료이용권 혜택을 꼭 이용해보라.)

    우린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어


    솔직히 몇 년 전까지 한국의 초능력 드라마는 미드에 비해 좀 긴장감이 떨어지고 실감이 잘 안났었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특이점이 온 듯한 미드에 비해서 한국 드라마 특유의 휴머니즘적인 따뜻함이 가미되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감정전달도 잘되면서 신파까진 가지 않는 세련됨 마저 느껴진다. 잔인하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절제하고 있다.(디즈니 플랫폼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 드라마는 특유의 리얼한 액션씬 때문에 더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비교적 역치를 넘지는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화 보면서 감탄하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연출과 스토리텔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다 보진 않았지만 감상 정리 차원에서 프랭크에대해서 써보려 한다.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라는 프랭크. 드라마에 무려 20년만에 출연한 류승범이 배역을 맡았다.
    프랭크는 매우 인상적인 캐릭터다. 드라마를 훨씬 긴장감 있게 끌어가면서 인물들의 서사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류승범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어중간해


    나주가 죽어가면서 프랭크에게 한 말이다.
    이 ‘어중간하다’는 단어로 그의 정체성을 다소 설명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랐다. 극 중 초반에 그는 자기가 입양되었다고 한다. 실상은 강제로 끌려가서 킬러로서 훈련받은 것이지만.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혹은 그 중간인 그는 극중에서 그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능력도 어중간하다. 무한 재생에 강한 전투능력을 갖춘 그이지만 구룡포에비하면 다소 모자란 것이다. 7화에서 구룡포와 사투를 벌이는 씬에서 나중에 다리가 부러진 구룡포 보다 늦게 회복하는 것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결국 구룡포에게 죽을 거라는 나주의 말은 예언이 된다.



    아이엠 아이오와


    7화에서 프랭크는 죽어가면서 ‘I’m Iowa.’라는 말을 남긴다.
    해당 장면을 보던 당시에는 그 의미를 몰랐다. 그러다 주원의 과거 에피소드 편에서 깨달았다.
    블랙 요원들의 암호명은 출신지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아이오와는 프랭크가 요원으로서 탄생한 지역명이다. 어쩌면 프랭크는 그들과 한 부류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동안 프랭크는 블랙 요원들에게 아이가 있냐? 자식에겐 좋은 부모였냐고 물었다. 그들은 힘든 상황에서 자식들을 지키려 했다. 나주의 자식들은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았어도 그녀를 사랑했다. 계도는 싸움도 못하면서 그에게 덤벼들며 울부짖었다. 반면 프랭크의 어머니는 무정하게 자식을 버렸다.


    또한 블랙 요원들의 암호명인 출신지는 뿌리를 뜻하고 부모와 동류의 상징이다. 그에 반해 프랭크의 암호명은 숫자에 불과하다. ‘6번’ 프랭크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부모에게서 강제적으로 잘려나가 세상에 오직 혼자 남았다. 그 과정에서 자의는 없었다. 그는 클럽에서 노래하는 어머니를 사랑스럽게 보던 아이였다. 그런 그에게 강한 애착관계를 갖고있는 암살 대상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프랭크는 전 요원들을 암살하면서 그들의 깊은 정에 혼란과 복잡한 감정을 느낀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경을 품은 게 아닐까?
    그 또한 그들처럼 끈끈한 혈육의 정으로 엮이고 싶고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었기에. 죽어가면서 자신의 출신지로 스스로를 지칭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아이오와일까? 태어난 곳은 한국의 어느 곳일텐데.
    프랭크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그 후 새 삶을 얻은 곳이 바로 아이오와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함께 훈련을 받았던 아이들과 경쟁자면서도 어쩌면 동지애를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을 살기위해 죽여야 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형제들의 피 속에서 재탄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자신을 버린 부모와의 연을 끊고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원하지 않았지만 ‘요원’이라는 삶을 살게되었던 프랭크는 아마도 자신의 삶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암살대상들에게서 자신에겐 없던 것, 하지만 바라마지 않던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요원’이라는 것에서 블랙 요원들과의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던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너무 불쌍하잖아ㅜㅜ)

    공감이 가고 연민하지 않을 수 없는 서사다. 그렇기에 적이 아니라 전 요원들과 아이들의 편으로 전향하여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죽지 않았기를 바랐다. 프랭크의 정보를 검색해 보면서 보아하니 그런 시청자가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살아 와도 좋고 아니어도 여운으로 남아 괜찮을 것 같았다.
    + 최종화까지 보니 능력 중에서 재생능력은 참 최강인 것 같다. 다 살았….
    아무튼 오랜만에 류승범의 연기를 봐서 좋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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